성기성형수술을 하지 않은 mtf 트랜스젠더인데 어느 목욕탕에 가면 좋을지 고민이에요.

성기성형수술을 하지 않은 mtf 트랜스젠더인데 어느 목욕탕에 가면 좋을지 고민이에요.
 
목욕탕에서는 아무래도 탈의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보니 남성형 성기가 있는 몸으로 여탕에 가는 것을 당사자 입장에서도 조금 주저하게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남성형 성기를 아직 지니고 있다는 것은 현재 한국의 mtf 트랜스젠더 성별 정정 관례 상 아직 법적인 성별 정정의 단계까지 안 간 상태임을 뜻할 터인데요. 이렇게 공문서상 여전히 남자인 상태로 여탕에 가게 되면 현행법 위반 행위로 규정될 가능성 또한 있습니다. 본인이 인식하는 성별에 따라 어떤 형태의 몸을 지니고 있는가와 상관없이 자기 성별에 해당하는 공간을 이용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만 현실이 그렇지를 못해 안타깝지요.

성기성형수술은 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호르몬 치료를 꾸준히 해 오고 있는 상황이고 가슴이 여성형으로 보이기 시작할 정도로 몸의 변화가 일어난 상태라면 반바지를 입고 들어간다던가 하는 식으로 남성형 성기를 드러내지 않고 여탕을 이용하는 방법을 궁리해 봐도 좋을 터입니다. 만일 당신의 사정을 목욕탕 주인에게 솔직하게 설명하여 이해시킬 수만 있다면 손님이 뜸한 시간을 골라 다른 사람들에게 눈치 채이는 일 없이 여탕을 이용해도 좋을 것입니다. 만일 성기성형수술만 안 한 것이 아니라 트랜지션을 위한 의료적 조치를 아예 시작하지 않은 상황이라면 남탕에 가는 것도 고려해 볼 법 합니다. 물론 본인이 그래도 괜찮겠다는 마음이어야만 가능한 일입니다. 내가 갈 곳이 아니라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면 억지로 가려고 노력하지 마세요.

집에 샤워 시설과 욕조를 갖추고 사는 사람이라면 목욕탕에서와 비슷하게 목욕을 할 수 있을 터라 대중탕에 못 가더라도 덜 아쉽겠지만, 집에서 목욕할 상황이 마땅치 않은 사람이라면 대중탕은 무척 중요한 시설일 것입니다. 남탕 여탕 모두 정 이용하기가 어렵다면 믿을만한 지인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한 달에 두 번 정도 그 집에 찾아가 목욕을 하는 건 어떨까요. 사례를 하면서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