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즈비언들은 어떤 어려움을 겪으며 살아가나요?

레즈비언들은 어떤 어려움을 겪으며 살아가나요?

레즈비언들이 겪는 어려움은 먼저,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서 제대로 알고, 고민하고, 삶의 일부로 통합적으로 받아들여 성장해나가기 어렵다는 데 있는 것 같아요. 우리 사회는 이성애만을 옳은 것이자, 정상적인 것이라고 하는 편견이 무척 강하잖아요. 그래서 다른 가능성에 대해서, 다른 삶의 방식에 대해서 생각해보지 못한 채 자라나는 거죠.

우리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이성을 만나 사랑하고 결혼까지 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라고 주입을 받아왔습니다. 뿐만 아니라 초중고 교과서는 이성애가족 모델만을 제시하고 있으며, "청소년"기를 "이성에 눈 뜨는 시기"로 정의내리고 있습니다. 심지어 동성애를 "에이즈의 주범"이라고 잘못된 정보를 게재하거나, 문란하고 변태적 성행위로 묘사하기도 합니다.

십대들은 동성애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있고 교류할 수 있는 가능성이 성인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더욱 부족합니다. 그런데도 학교에서 성정체성에 대해 올바른 교육을 하기는커녕 동성애자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부추기고 있으니 문제가 심각하지요. 일부 학교에선 레즈비언 학생들에게 부당한 징계를 내리거나 머리길이를 규제하는 등 '이반검열'을 하고 있는 형편입니다. 십대 동성애자에 대한 인권침해지요.

이렇듯 사회적 편견이 만연한 까닭에 많은 레즈비언들이 스스로 레즈비언임을 깨닫고, 당당하게 자신의 정체성을 받아들이기까지 무척 험난한 과정을 거친답니다.

사회의 법과 제도도 이성애 중심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동성애자는 권리를 보장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법적으로 인정이 되는 가족형태도 남녀 간의 혼인 관계를 중심으로 구성됐지요. 동성애자에겐 결혼을 할 수 있는 권리나, 입양을 할 수 있는 권리가 보장되지 않고 있습니다. 레즈비언 커플이 오랜 시간을 동거하며 가족처럼 살아왔다 해도 '사실혼' 관계를 인정받기 어렵지요.

최근 해외의 몇몇 나라에서는 동성간 결혼 혹은 파트너십이 인정되고 있고 입양이 가능한 곳도 있습니다. 한국의 현실에서 멀어 보이긴 해도 언젠가는 동성이든 이성이든 법적으로 동반자 관계를 인정받고 가족을 이루고 살 권리를 보장받게 될 것이라고 생각해요. 이를 위해 동성애 인권운동이 한 발 한 발 나아가고 있는 것이지요.

비단 법적으로 동성 커플이 인정받느냐 여부만 아니라, 실제로는 '비혼'으로 살아가는 많은 레즈비언들이 주위로부터 결혼 압력과 더불어 따가운 눈총을 견디면서 살아가고 있지요. 한국 사회는 특히 결혼과 출산을 '필수'적인 일로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고, 부모가 자식에게 '효'라는 이름으로 강요하는 일들이 많기 때문에 많은 레즈비언들이 가족관게 안에서 갈등을 겪는답니다.

자신의 성정체성을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기 어렵다는 점도 큰 고통이지요. 용기를 내어 커밍아웃했는데 가족들로부터 정신이상으로 몰리거나 감금을 당하거나 폭행을 당하는 경우도 있고, 절친한 친구 사이가 하루 아침에 깨어지는 경우도 있지요.

레즈비언 정체성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은 또한 많은 불이익과 폭력, 범죄에 노출되기도 합니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아우팅'(자신의 의도와는 반하여 타인에 의해 성정체성이 폭로되는 것)을 시키겠다고 협박하면서 금품을 갈취하거나 성폭력, 폭행을 가하는 등 혐오범죄가 일어나기도 하지요.

이러한 범죄 피해를 입었을 때 자신이 레즈비언이란 사실이 알려질까봐 두려워 주위에 도움을 요청하지 못하는 일들이 있어서 무척 안타깝습니다. '아우팅' 협박 및 동성애자에 대한 혐오범죄는 심각한 폭력과 차별행위로 규정되어 강력한 처벌을 받아야 하지만, 아직 법적 장치가 마련되어 있지 못한 현실이지요. 이 점은 반드시 법적인 안전망이 마련되어야 하고, 동성애 인권운동에서도 이를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또한 레즈비언들이 폭력사건의 피해자가 되었을 때에도, 법적 대응을 하지 못하는 데에는 '아우팅' 위협 뿐만 아니라, 수사 과정이나 법적 대응 과정에서 불이익을 겪게될까 두려워하기 때문이기도 해요. 경찰, 검찰, 판사 등이 동성애에 대한 무지와 혐오로 인해 더욱 큰 상처를 주거나 신원을 바깥으로 노출시키거나 공정한 수사, 판결을 하지 않는 경우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레즈비언상담소는 다른 레즈비언 권리운동단체들과 함께 '성소수자 관련 범죄사건지원 여성연대'를 결성해 <형사절차 과정에서의 성적소수자 인권침해사례>를 발표하고 <형사절차 과정에서의 성적소수자 인권보호지침> 안을 만들기도 했답니다. 지금도 경찰 및 국가공무원들을 대상으로 '동성애 바로 알기' 교육 및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지요. 

이런 여러 가지 상황들로 인해 레즈비언들에겐 통합된 정체성을 지닌 채 온전히 존재하고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 거의 없습니다. 가정과 학교와 직장과 언론 등 사회 전반이 이성애 중심적이기 때문에, 레즈비언으로서의 자신을 드러내고 인정받으면서 자유롭게 살아갈 수 없는 것이지요.

많은 레즈비언들이 '침묵'을 강요당하며, 스스로 분열적인 상황 속에 내몰리게 됩니다. 동성애자를 비하하는 자리에서 가만히 앉아 듣고 있어야 하거나, 심지어 동조하는 사람들도 있고, 남자친구가 있냐고 물어보는 사람들에게 거짓말을 해야 하는 상황들이 일상 속에서 존재합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무척 힘들어하며 상담을 요청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레즈비언이란 아유로 겪을 수 있는 어려움들에 대해서 생각해보니, 무척 심각하고 심란하지요? 하지만 이런 모든 불리하고 불공평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많은 레즈비언들이 자신을 긍정하며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답니다. 동성애를 인정하지 않는 사회로 인해 고통을 받는 것이지, 동성애 자체가 고통인 것만은 아니니까요.

자신의 정체성을 인정하고, 좋은 커플 관계를 형성하기도 하고, 다양한 레즈비언 커뮤니티 속에서 정보를 주고 받으며, 자신의 인생을 찾아나간답니다. 레즈비언 인권운동도 이 척박한 토양에서 10년 넘게 꿋꿋이 이어져 가고 있잖아요? 어려움 속에서도 스스로의 길을 찾아 나가고 있는 레즈비언들 개개인 모두 격려를 받아야 할 일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