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자로서 혹은 양성애자로서 꼭 커밍아웃을 해야만 하나요?

동성애자로서 혹은 양성애자로서 꼭 커밍아웃을 해야만 하나요?
 
우리는 커밍아웃을 하지 않으면 누구나 당연히 이성애자라고 가정되는 사회에서 살고 있습니다. 직접 나는 동성애자다, 나는 양성애자다, 하고 말하지 않으면 동성애자로서의 나, 양성애자로서의 나는 실제로 분명히 존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회적으로는 지워져 버리고 맙니다. 마치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말입니다. 하기에 커밍아웃은 사회적인 존재 증명인 셈입니다. 내가 나를 있는 그대로 긍정하고 내 모습 그대로 사람들과 관계 맺는데 중요한 실천이지요. 한 명 한 명의 커밍아웃이 일구어내는 가시화와 인식 변화가 모여 제도 상의 권리보장과 정책수립 및 개선에도 이르는 것입니다. 동성애자 혹은 양성애자로서 나와 비슷한 경험을 가진 다른 동성애자 혹은 양성애자와 교류를 하기 위해서도 커밍아웃은 필수입니다. 내가 동성애자 혹은 양성애자임을 다른 사람에게 아예 드러내지 않으면 나와 같은 성정체성을 가진 사람들과 성정체성을 매개로 만날 길이 없는 셈이니까요.

커밍아웃을 해야만 존재 증명이 되는 상황 자체가 바로 동성애자나 양성애자가 있는 그대로 존중 받으며 살아가기 어려운 현실, 억눌리고 배제되는 현실 그 자체입니다. 이성애자가 아닌 존재를 손쉽게 낙인 찍는 한국 사회에서 동성애자나 양성애자로 커밍아웃을 한다는 건 각종 불이익, 차별, 폭력에 노출되는 일임에 분명합니다. 당사자가 처한 환경에 따라 불이익, 차별, 폭력의 타격을 얼마나 받는가는 달라질지언정, 불안정한 상황에 처할 가능성이 커밍아웃 이전보다 높아진다는 점만은 공통적입니다. 그래서 사정에 따라 요령껏 커밍아웃을 피하여 생존해야만 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커밍아웃이 모두에게 언제나 똑같이 권장되는 당위일 수만은 없는 까닭입니다. 당신의 환경은 어떠한가요? 지레 겁먹고 움츠리기보다 할 수 있는 만큼, 감당되는 만큼 조금씩 자기 성정체성을 남들에게 열어 보이며 외롭지 않게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가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