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 간에도 성폭력이 발생하나요?

동성 간에도 성폭력이 발생하나요?
 
동성 간에도 성폭력은 발생합니다. 성폭력은 개인의 성적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모든 행위를 아울러 가리키는 말입니다. 권력에 의한 폭력이라고도 해도 좋을 만큼 권력 관계 속에서 성을 매개로 발생하는 폭력입니다. 사람 사이에 권력 관계가 생겨나는 맥락은 매우 다양합니다. 사회적 지위, 조직 내 계급, 관계 내의 주도권, 경제력, 물리적 힘 등을 비롯한 많은 요소들이 걸려있지요. 특정한 상황에서 어떻게 권력 관계가 형성되는가에 따라 이성 간에도 동성 간에도 성폭력은 발생합니다. 여성도 가해자가 될 수 있고 남성도 피해자가 될 수 있으며 가해자와 피해자의 성별이 같을 수도 있는 것입니다.

동성 간 성폭력은 흔히 동성애자가 ‘순수한’ 이성애자에게 저지르는 성폭력이나 남성 동성애자 간의 이른바 문란하고 변태적인 섹스로 해석됩니다만 이는 동성애와 동성 간 성관계에 대한 편견이고 동성 간 성폭력에 대한 왜곡일 뿐입니다. 동성애와 동성 간 성관계를 성폭력으로 환원시켜 버림으로써 존중 받아 마땅한 관계 양식과 지탄받고 처벌받아 마땅한 폭력 행위를 뒤섞어 버리는 것입니다. 동성 간 성폭력은 동성애자의 범죄가 아니며 가해자와 피해자의 성정체성 조합 또한 이성애자-이성애자, 이성애자-동성애자, 이성애자-양성애자, 동성애자-동성애자 등으로 다양하다는 사실을 기억해 주세요.

군대 내 성폭력이 공론화되면서 남성 간 성폭력에 대한 한국 사회의 문제의식은 상대적으로 많이 벼려져 왔습니다. 하지만 여성 간 성폭력에 대한 진지한 논의는 아직 많이 부족합니다. 성관계와 성폭력 둘 모두 남성 성기를 중심으로 해서만 사고하는 풍토가 여전하기 때문입니다. 페니스를 삽입하는 행위만이 진짜 성관계이고 페니스를 매개로 저지르는 가해 행위만이 진짜 성폭력에 해당한다는 사고방식 말입니다. 남성의 성기만이 타인의 몸을 침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성기의 접촉만이 성폭력을 구성하는 요소인 것도 아닙니다. 여성 간에도 여러 가지 방식으로 성폭력이 일어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