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너는 ‘어쩌다’ 이성애자가 되었니? *_*

:: 월간 <사람> ::

_ 2006년 1월 7호
_ 현이유빈

♬짜잔~ 먼저 아래의 질문들에 대답해 봅시다!

1. 당신들은 왜 이성애자(동성애자)가 됐다고 생각하십니까?
2. 언제부터 이성애자(동성애자)가 되기로 결심을 했습니까?
3. 이성애(동성애)라는 것은 누구나 성장 과정에서 한 번쯤 거치는 단계가 아닙니까?
4. 당신의 이성애(동성애)는 동성(이성)에 대한 신경증적 두려움에서 생긴 것이 아닐까요?
5. 동성(이성)과 육체적인 경험을 한 번도 하지 않고서 어떻게 이성애자(동성애자)만을 사랑할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6. 어떤 사람에게 당신이 이성애자(동성애자)라고 밝히면 그들의 반응은 어떠한가요?
7. 왜 이성애자(동성애자)들은 항상 섹스를 중요하게 생각합니까?
8. 이성애자(동성애자)들은 동성애자(이성애자)를 유혹해서 이성애자로 만들려 하지 않습니까?
9. 왜 당신들은 이성애자(동성애자)라고 굳이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말하고 다닙니까?
10. 이성애자(동성애자)가 어린아이를 가르치는 직업을 선택하는 것은 어린아이들에게 위험하지 않습니까?

위의 질문들은 이성애자들이 동성애자들에게 흔히 묻는 것들을 입장을 바꿔 구성한 것이에요. 여러분, 이 질문들에 대한 느낌이 어떠하셨나요? 자연스럽게 대답이 나오던가요? 그렇지 않죠? 질문 자체가 어이없는 혹은 의미 없는 내용이니 당연히 대답이 나올 리가 없죠. 동성애자들은 때론 “동성애자들은 어떤 색깔을 좋아하나요?”와 같은 질문도 받는답니다. 개개인이 좋아하는 색깔은 결코 일반화될 수 없는데 말이죠. 그런데도 사람들이 이러한 질문들을 아무 생각 없이 툭툭 던질 수 있는 것은 ‘<동성애자>는 비정상적인, 특이한 사람들의 집단’이라는 전제가 무의식중에 깔려있기 때문입니다.
태어나자마자부터 시작되는 ‘이성애 제도’의 환경에서 사람들은, 여자와 남자가 만나 연애하고 사랑하고 그래서 결혼하고 아이를 낳는 것만이 당연하다고 받아들입니다. 성 정체성을 스스로 고민해 보고 말고 할 것도 없이 그냥 사회화되어 버리는 것이지요. 그 무섭고도 무심한 사회화의 이면에는, 이러한 수순에서 벗어나는 것은 어딘가 모자라거나 잘못된 것이라는 통념이 뿌리 깊게 자리 잡고요.
우리 사회의 대부분이 그렇듯 다수의 기준에서 벗어나는 모든 소수들은 당연하다는 듯 비정상으로 치부됩니다. 소위 ‘정상’이라고 일컬어지는 그 기준이 가당키나 한 것인지에 대한 성찰은 전혀 존재하지 않지요. 그렇기에 그러한 통념은 동성애자들에 대한 혐오감으로 이어지고 혐오감은 사회 곳곳에서 표출됩니다. 저런 말도 안 되는 질문들부터 시작해서 정신병자라는 손가락질, 더럽다는 욕설, 그리고 각종 차별과 제도적 불이익-학교에서의 따돌림, 직장으로부터의 부당한 해고, 동성애자라는 이유만으로 당하는 신체적 폭력 등-이 바로 그것이지요. 이런 것이 일상인 동성애자들에게 ‘인권’은 참으로 낯선 단어입니다.
그렇다고 우리의 삶을 포기할 수는 없지요. 그래서 한국레즈비언상담소에서는 찾아가는 인권 교육 사업을 실시하고 있답니다. 청소년 상담소, 여성의 전화 상담원 교육과정, 대학교의 특강이나 축제 등 어디든 찾아가는 ‘동성애 바로알기’ 강의가 바로 그것이에요. 한 번도 제대로 생각해 볼 기회가 없었던 사람들에게 동성애가 무엇인지, 동성애자가 누구인지, 동성애자들에 대한 차별이 왜 부당한 것인지를 이야기해 줌과 동시에 ‘자기 스스로’에 대해 고민하고 질문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하는 것이랍니다. 이를 통해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잘못된 생각을 바로 잡아주는 것이지요. 강의를 통해 우리는 이야기합니다. 무지(無知)는 무죄일 수 있지만 무지를 무기로 한 차별은 유죄일 수밖에 없다고 말이죠. 그것을 모른다면 동성애자들 뿐 아니라 이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는, 언제까지고 ‘인권’과는 낯익은 관계가 될 수 없을 것이라고요.

▒ ‘동성애 바로알기’ 강의안 예시 ▒

대상_ 동성애, 동성애자에 관해 잘 모르는, ‘모든’ 사람들
시간_ 1시간~2시간
준비_ 중요 부분 필기를 위한 필기도구와 열심히 듣고 자신을 변화시킬 자세!

[첫 번째 이야기] 넌 어쩌다 동성연애자가 되었니?
→잘못 사용되고 있는 용어들을 정리하고 동성애에 대한 원인설에 담긴 편견을 바로잡기 위한 파트

1. 정확한 용어 사용부터가 소중한 실천이에요!
– 동성애 / 동성애자(레즈비언/게이) / 양성애 / 양성애자
2. 무슨 일에든 원인은 있다! 너는 어쩌다?
– 동성애와 동성애자를 위한(!) 여러 가지 원인설과 치료법.
동성애는 치료를 필요로 하는 병이 아니에요!

[두 번째 이야기] 홍석천 씨 기사를 기억하십니까?
모 스포츠지 曰, 홍석천 충격고백 “난 호모다”
→동성애자를 지칭하는 잘못된 용어 바로잡기와 커밍아웃/아우팅에 대한 설명을 위한 파트

1. 호모(homo)?
2. 커밍 아웃(coming out)과 아우팅(outing)
3. 혐오범죄(hate crime)

[세 번째 이야기] 트랜스젠더 하리수, 하지만 동성애자는 아니랍니다.
→동성애자와 트랜스젠더의 구분 그리고 트랜스젠더가 무엇인지 설명하는 파트

[네 번째 이야기] 난 니네가 정말 싫어! 그래? 가끔 나도 내가 싫어.
→외재적/내재적 호모포비아를 설명하는 파트

1. 호모포비아(homophobia)?
2. 동성애자에게 내면화된 호모포비아
– 자기혐오, 우울증, 자살 등의 상처

[다섯 번째 이야기] 청소년 동성애자들은 갈 곳이 없다.
→청소년 동성애자들이 처한 어려운 현실을 짚어보는 파트

1. 이반(異般, 二般)?
2. 또래 집단으로부터의 따돌림, 욕설, 폭행 / 학교의 각종 단속 및 규제 / 부모님과의 갈등
3. 청소년 동성애자들을 위한 상담

[여섯 번째 이야기] 여성이면서 동성애자인 레즈비언!
→다양한 위치에서 다중적인 억압과 차별을 겪고 있는 레즈비언의 현실을 보여주기 위한 파트

1. 여성 집단에서 소외되고 차별받는 레즈비언
2. 레즈비언과 게이가 함께 인권을 이야기할 수 없는 이유

[일곱 번째 이야기] 이렇게 생각하고 계시진 않았나요?
→사람들이 당연하다고 여기는 일상을 뒤집어 보는 파트

1. 내 주변에는 없는걸.
2. 나는 내 정체성을 고민해 볼 필요도 없었어요.
3. 동성애자들이 지금까지처럼 숨기고 살면 문제없지 않나요?

[여덦 번째 이야기] 자유롭게 이야기해 볼까요?
→평소에 또는 강의를 들으면서 궁금한 점과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해 보는 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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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의 제목은 이화여자대학교 레즈비언인권운동모임 ‘변태소녀하늘을날다’에서 2003년에 개최한 1회 레즈비언문화제 ‘넌 어쩌다 이성애자가 되었니?’에서 빌려왔음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