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이 성정체성에 이름을 붙이거나 나눠야 할까요?

굳이 성정체성에 이름을 붙이거나 나눠야 할까요?
 
스스로 성정체성을 규정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의 느낌, 생각, 경험입니다. 자기가 자기 자신을 어떻게 읽고 이해하는가 하는 문제이지요. 자기한테 특정한 성정체성으로 이름 붙여줄 수 있는 사람도 본인 뿐입니다. 그래서 자신을 특별히 무엇이라 이름 붙이고 싶지 않다거나 그냥 어떤 범주에도 속하지 않는 지금의 상태가 좋다고 느낀다면 만족스러운 지금의 상태 그대로 머물러도 괜찮습니다. 성정체성을 무엇이라 콕 짚어 규정하기를 거부한다, 탐색 과정을 지속하겠다, 정체성에 갇히지 않겠다는 의미로 자신을 퀘스쳐닝(questioning, 탐색하는 상태)으로 설명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헌데 본인의 성정체성을 찾고자 하는 사람들, 자기한테 특정한 성정체성 범주를 가져다 이름 붙여주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도 분명 이유가 있습니다. 자신의 존재를 또렷이 정의하려는 의지, 자신의 정체성을 토대로 사회적 존재로서 목소리를 내겠다는 욕구, 자신과 같은 경험을 한 사람들과 유대감을 형성하고자 하는 바람 등의 이유를 들 수 있겠습니다. 또한 인생의 특정한 시점에 자신을 어떤 성정체성으로 규정했다고 해서 반드시 평생 그대로만 살아가야 하는 건 아닙니다. 누구나 어떤 계기를 통해서든 성정체성을 다시 탐색할 수 있습니다. 무슨 수를 써서든 성정체성을 찾아야 한다는 압박을 받기보다는 자기가 어떠한 모습일 때, 무슨 이름일 때 스스로 만족할 수 있을지에 대해 꾸준히 질문하고 탐색해 가기를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