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성명]대법의 `성전환자 관련 사무처리지침`에 반대한다.

대법원은 9월 8일 성전환 허가기준 마련 등을 골자로 한 `성전환자의 성별정정허가신청사건 등 사무처리지침`을 마련하고 지난 6일부터 시행했다고 밝혔다.

우리는 이번 대법원의 사무처리지침이 우리 “성전환자 성별변경 관련 법 제정을 위한 공동연대”가 준비하고 있는 성전환자 성별변경 특례법(안)의 입법까지 각급 법원에 신청되는 성전환자 성별정정 사건의 판단 기준이 될 것이며, 입법과정의 법조항이나 규칙 등에도 상당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는 면에서 대법원의 지침에 대해 개탄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

대법원의 지침은

1. 성전환자들의 현실과 한국사회의 현실을 철저하게 외면하고 있다.

특히 허가 기준 중 “성전환수술을 받아 외부성기를 포함한 신체외관이 반대의 성으로 바뀌었을 것”을 포함한 것은 최악의 독소 조항이다.

대부분의 성전환자들이 교육과 직업 현장에서 밀려나 이미 사회 빈곤층에 밀려나 있어 반대의 성으로의 성기성형수술의 막대한 비용을 마련할 수 없으며 수술 자체도 생명을 담보로 할 만큼 위험하고 특히 남성성기의 형성수술은 세계적으로 의료적 기술이 발달하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2. 결혼 및 가족에 관한 한국사회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허가 기준 중 “혼인한 사실이 없을 것”과 “자녀가 없을 것”을 포함하고 있는 것은, 결혼하지 않은 성인 남녀에 대해 끊임없이 비정상화 하며 결혼을 강제하고 있는 우리 사회의 극심한 소위 “정상가족“ 이데올로기적 경향을 외면하는 한편, 결혼의 경력과 자녀가 있는 성전환자는 자신의 나머지 인생을 완전히 포기할 것은 강요하는 반인권적 조항이다.

3. 성전환자들을 예비범죄인으로 취급하는 반인권침해적 지침이다.

심리과정에서 당사자들에 대해 지방병무청에 병적조회, 경찰관서의 전과조회, 금융기관에 신용정보조회, 출입국관리소에 출입국사실조회 등을 하여야 한다고 규정한 것은 성전환자들을 예비범죄인으로 취급하는 반인권침해적 지침이다.

4. 허가 기준에 “대한민국 국적자로서 만 20세의 행위능력자일 것”을 규정한 것은 국민의 성적자기결정권을 후퇴시키고 재판 상 편의주의에 입각한 근거없고 자의적인 기준이다.

9월 4일 성전환자인권실태조사기획단이 발표한 성전환자인권실태조사 보고서의 의하면 대부분의 성전환자들이 유아 및 아동기부터 자신의 성별에 대한 위화감을 느끼기 시작하고 중등교육 과정에서 이미 차별과 억압 속에서 사회의 주변부로 밀려나기 시작한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그런데 단지 20세가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무조건 성별정정의 신청을 거부하는 것은 아무런 과학적 사회학적 근거가 없는 자의적 관행적이고 재판편의주의적인 지침이다.

우리 공동연대는 금번 대법원의 사무처리지침을 개탄하면서, 국민의 행복추구권과 시민권 및 다양한 사회적 소수자들의 인권을 최전선에서 보호해야 할 대법원이 한국 사회 성전환자들의 현실을 충분히 반영한 지침을 새로이 마련할 것을 촉구한다.

2006년 9월 8일

성전환자 성별변경 관련 법 제정을 위한 공동연대

성전환자인권연대(준)“지렁이” / 대구경북성소수자인권행동 / 동성애자인권연대 /민주노동당(성소수자위원회) /성적소수자문화환경을위한모임“연분홍치마”/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친구사이”/ 한국레즈비언상담소/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한국여성성소수자네트워크“무지개숲”/ 장애여성공감/ 공익변호사그룹“공감” / 언니네트워크 / 한국성폭력상담소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노동건강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 / 인권단체연석회의 [거창평화인권예술제위원회, 구속노동자후원회,광주인권운동센터, 군경의문사진상규명과폭력근절을위한가족협의회,다산인권센터,대항지구화행동,민가협,민족민주열사희생자추모(기념)단체연대회의,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주주의법학연구회,부산인권센터,불교인권위원회,사회진보연대,새사회연대,아시아평화인권연대,안산노동인권센터,에이즈인권모임나누리+,외국인이주노동자대책협의회,울산인권운동연대,원불교인권위원회,이주노동자인권연대,인권과평화를위한국제민주연대,인권운동사랑방,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장애인이동권쟁취를위한연대회의/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전북평화와인권연대,전쟁없는세상,진보네트워크센터,천주교인권위원회,평화인권연대,한국DPI(한국장애인연맹),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 2006. 9. 8. 대법원 호적 예규 제716호, “성전환자의 성별정정허가신청사건 등 사무처리지침”에 대한 분석

○ 2006. 9. 6. 대법원은 “성전환자의 성별정정허가신청사건 등 사무처리지침”(이하 “지침”으로 함)으로 명명된 호적 예규 제716호를 결재하였다.

○ 성전환자 성별변경 관련 법 제정을 위한 공동연대(이하 공동연대)와 민주노동당(노회찬 의원)이 “성전환자의 성별변경 등에 관한 법률”을 준비하고 있는 과정에서 나온 대법원의 지침은 향후 입법과정에서 중대한 역할을 할 것으로 판단된다.

○ 그러나 본 지침은 그 내용이 현재 성전환자들이 겪고 있는 인권침해 등 형용할 수 없는 고통에 대해 매우 불충분한 인식수준을 드러내고 있으며

○ 재판절차 상의 편의에 치중한 나머지 성별변경을 요청하는 당사자들에게 가혹한 기준을 요구하고 있고

○ 신체적 성징에 따른 성별 이분구도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한 성기중심주의적 기준 제시로 인해 극소수의 성전환자들에게만 성별변경이 가능하도록 하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지침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한 분석은 다음과 같다.

1. 적용범위의 문제

– 지침 제2조 제2항 단서에 따르면 성별변경허가신청을 하는 성전환자는 반드시 “성보완수술 또는 성적합수술”을 받았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

– 적용범위의 한계가 명확함에 따라 이하 각 요건 및 판단기준 역시 “성보완수술 또는 성적합수술”을 받은 자만이 성별변경 절차에 임할 수 있게 되어 있다.

– 하지만 “성전환자”란 단지 외과적 수술을 통해 “성보완수술 또는 성적합수술”의 단계를 거쳐 외관상 원하는 성과 일치하는 성징을 가지고 있는 사람만을 의미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

“성전환자“란 생물학적 성별과의 지속적인 위화감 속에서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성으로 살아가고자 호르몬 투여를 받고 있거나 1차 수술(대체로 가슴수술 )을 통해 국부 이외의 외관만 일정한 성징을 갖추도록 하는 등의 의료시술을 받은 사람은 물론 연령이나 신체적인 특성으로 인해 이러한 조치를 받지 않더라도 생물학적 성별과의 지속적인 위화감 속에서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성으로 살아가고자 있는 사람들 일체를 말하는 것이며

– 이들 중 특히 본인의 필요에 의해 호적부에 기록된 성별을 변경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해 성별변경허가 신청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 다시 말해 현재 신체적, 연령적, 경제적 사정 또는 본인의 의사에 의하여 지침이 이야기하는 “성보완수술 또는 성적합수술”을 받을 수 없거나 받지 않는 성전환자들이 상당히 높은 비율로 존재한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원이 성별변경허가신청을 하는 사람들을 최종적인 외과수술(성기제건)까지 마친 사람들로 한정하는 것은 다른 형태의 많은 성전환자들을 원천적으로 소외시키는 결과를 낳게 되며

– 결국 인권의 최후보루로서 기능해야 할 법원이 재판절차상의 편의를 위해 소수자의 인권을 외면하는 모순을 범하게 되는 것이다.

2. 신청인에게 주어지는 과도한 부담

– 지침 제3조제1항은 각호에서 성별변경허가신청을 하는 신청인에게 과도한 요건을 부담시키고 있다.

(1) 최종단계의 외과시술까지 요구하는 것은 무리

– 제3호는 “생물학적인 성과 반대되는 성에 관한 신체의 성기와 흡사한 외관을 구비하고 있음을 확인하는 성전환시술 의사의 소견서” 내지는 “생물학적인 성과 반대되는 성으로 외부성기 등을 갖추게 되었음을 확인한 국내의 성형외과 또는 산부인과 전문의의 진단서”를 요구하는 바

– 이것은 신청인으로 하여금 성전환의 최종단계인 성기형성수술까지의 과정을 완전히 마친 후에야 성별변경허가신청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으로서

– 다양한 성전환자의 실상을 완전히 무시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경제적, 정신적, 신체적으로 신청인에게 과도한 부담을 지우는 것이다.

(2) 성장환경진술서 및 인우인의 보증서가 굳이 필요한 이유는?

– 제5호는 신청인에게 성장환경진술서를 제출하도록 요구하는 동시에 2인 이상의 인우인으로 하여금 보증서를 제출토록 하고 있다.

– 성전환이라는 특히 민감한 프라이버시는 비록 재판의 심리에 필요하다는 이유가 인정된다 하더라도 최대한 보호를 받아야 함이 명백하다.

– 그러나 지침 제5조는 심리절차 중에 인우인이나 신청인의 친족에 대한 참고인 심문과 보증서를 중복해서 과도하게 요구하는 것은 문제이다.

– 지침 제6조제2호에 따라 “성장기부터 지속적으로 선천적인 생물학적 성과 자기의식의 불일치로 인하여 고통을 받고, 오히려 반대의 성에 대하여 귀속감을 느껴온 사정”은 심리과정에서 충분히 확인될 수 있는 것으로서 이러한 절차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본인의 성장환경진술서와 인우인의 보증서를 요구하는 것은 신청인으로 하여금 2중의 부담을 지도록 하는 것은 불필요하며

– 특히 최대한 보호되어야 할 민감한 프라이버시를 인우인 및 신청인의 친족을 통해 계속해서 스스로 드러내도록 하는 것은 반인권적이고 부당하다.

(3) 신청인의 주체성을 인정하지 않는 일괄적인 부모 동의서

– 제6호는 신청인의 연령, 의사능력 등과 관계없이 누구나 부모의 동의서(또는 직계존속 최근친의 동의서)를 요구하고 있다.

– 그러나 성년이며 의사능력에 전혀 하자가 없는 신청인조차도 부모의 동의서를 받아야 한다는 것은 신청인 본인의 권리의무 능력을 무시한 것이며

– 특히 본 규정 단서 중 “생계를 같이 하는 직계존속이 없는 경우에는 동의서를 제출할 필요가 없음”이라고 하고 있는 바

– 이것은 일괄적인 부모의 동의서가 불필요하다는 것을 법원 스스로 알고 있으면서도 불필요하게 부모의 동의서를 요구하는 모순적인 규정이다.

– 따라서 미성년이거나 의사능력에 문제가 있는 사람일 경우에만 한정적으로 부모의 동의서가 필요할 것이나 본 지침은 이에 대해서도 이미 미성년자 또는 의사능력에 문제가 있는 사람에게는 원천적으로 성별변경허가신청의 자격을 주지 않고 있다.(제6조 각호)

3. 성별정정 허가기준의 문제

– 지침 제6조는 법원의 성별정정허가기준에 대해 정하고 있다.

– 그러나 이 기준들은 성별변경허가신청을 요건의 과도함과 맞물려 신청인들로 하여금 큰 부담을 지도록 하고 있다.

– 제6조제1호는 성별변경허가신청을 성년자로 한정하고 있다. 이것은 성정체성이 일반적으로 사춘기 또는 그 이전에 발아하고 형성되며 이로 인해 아동기에서부터 시작해 청소년기 등을 차별과 억압 속에 힘들게 겪어야 하는 성전환자들에게 계속 확대되는 고통을 성년이 될 때까지 여전히 감내하라는 요청에 불과하다.

– 또한 동 규정은 “혼인한 사실이 없”을 것을 요구하고 있는데, 이것은 일단 한 번 혼인을 하게 되면 어떠한 경우에도 성별변경이 불가능하게 되는 것으로서 어쩔 수 없는 사정에 의해 혼인을 했어도 이후 성전환을 결심하고 실제 성전환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신분등록법상의 성별변경을 인정해주지 않음으로써 그들의 고통을 그대로 죽을 때까지 안고 가라는 명령이 된다.

– 또한 “신청인에게 자녀가 없음이 인정될 것”이라는 기준까지 제시되고 있는데, (자녀가 겪을 여러 가지 충격을 예상하여 이러한 기준이 만들어졌을 것임을 짐작할 수는 있으나) 본인의 결정이 자녀들에게 동의를 얻었고 이와 관련하여 주위 사람들에게도 이해를 구한 사람조차 성별변경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은 일반적인 인권의 원칙에 따를 때도 납득하기 어려운 조항이다.

– 제6조제3호는 신청인이 최종적인 외과시술까지 받았을 것을 확인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것은 실제 성전환자들의 다양한 층위에 대해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이며 신청인에게 과도한 부담을 지우는 것임은 앞에서 언급했으므로 생략한다.

– 제6조제4호는 “현재 반대의 성으로서의 삶을 성공적으로 영위하고 있으며”라는 조건이 있는데, “삶을 성공적으로 영위”라고 하는 내용이 과연 무엇인지 알 수 없다. 또한 다수 성전환자들이 신원확인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로 인해 일상적인 사회생활 전반에 상당한 곤란을 겪고 있는 바, 이 “성공적인” 삶의 형태가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존중되는 직종과 직위를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라면 다수 성전환자들에게 불가능한 조건을 제시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 결과적으로 법원이 직업과 직위와 사회적 계층에 따라 선별적으로 성별변경을 허가해 주는 형태가 됨으로써 법원이 차별을 조장하는 모순이 발생한다고 하겠다.

(4) 대법원 규정에는 호적 정정의 사실이 정정시에는 물론 신호적 편제시에도 기재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성전환자의 성별정정 사실은 당사자로서 중대한 개인 신상 사항이고 마땅히 그 비밀이 보호되어져야 한다는 면에서 이 규정은 반인권적인 규정이라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