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휴가

휴가 Day 1.
오랜만에 혼자 시간을 좀 보내 보려 했으나 어젯밤부터 들이닥친 애인 때문에(!) 휴가 첫날은 애인과 함께.
오전에는 10월에 모임에서 축하공연 때 부를 노래를 들었다. ‘장기하와 얼굴들’이 부른 ‘별일 없이 산다’. 또 한 곡은 뭐였더라…? 음…
‘별일 없이 산다’ 뮤직 비디오를 보고 ‘중년 낭만 고양이’는 이반에게 어울리는 새로운 대사를 썼다. 대사는 또 다른 친구인 이태리 타올과 내가 하고 노래는 셋이 같이 하면 될 것 같다.
노래를 세 곡 정하려고 했는데, 두 곡은 정하고 한 곡은 못 정했다.

설거지를 하는 동안 며칠 전에 한 엄청나게 많은 속옷 빨래를 고양이에게 던져주었다. 고양이는 혼자서 다 개더니 ‘오늘은 내가 집안 일 많이 도와줬지!’ 이러면서 의기양양해 한다. ‘집안 일을 돕는다’는 개념은 수많은 여자들이 배우자에게 교정을 요구하는 개념이나… 쩝… 고양이와 내가 한집 살림을 하지 않는 관계로, 그리고 뭐 원론적인 얘기로 정력 낭비하기가 싫어서 그냥 듣고 말았다. 그래, 많이 도와라. 제발 많이 돕기라도 해라. ㅎㅎㅎ

초저녁에 고양이가 보러 가자고 해서 새로운 신도시에 들어올 아파트 모델 하우스 두 군데를 갔다. 하나는 분양이고 하나는 공공 임대였다. 모델 하우스라 인테리어도 멋있고 38평, 40평 이런 중형 모델이라 넓기도 하고 삐까번쩍했다. 모델 하우스라는 걸 봤다는 데 중점을 두고 입맛을 다시면서 저녁을 먹었다.
저녁을 먹고 고양이는 엄니와 함께 사는 집으로, 나는 우리집으로 왔다. [밀레니엄]이라는 소설을 읽다가 12시쯤 잠들었다. 비가 계속 와서 보일러를 켜놨다. 방에서 곰팡이 냄새가 나서 잠들기 힘들다.

휴가 Day 2.
애인이 출근길에 평소처럼 문자를 보냈다. 읽고 답장도 않고 바로 다시 잠에 빠졌다. 10시 넘어선지 11시쯤인지 일어났다. 어제 읽던 소설책을 다시 잡았다. 휴가란 바로 이런 것이지!
밀린 빨래를 하고 밖에 널었다가 보슬비가 와서 다시 집안에 들여 널었다. 제습기와 선풍기가 양쪽에서 돌아가고 집안 난방도 외출에서 절약타이머 중간으로 올려 놓았다. 비가 그만 오면 좋으련만!
평일이라는 걸 깨닫고 은행 볼 일을 봤다. 자동이체 두 개 연결하기. 고양이와 함께 든 3년짜리 적금과 어머니와 같이 든 내년 잔치용 1년짜리 적금에 자동이체를 걸었다.
내일은 어머니, 아버지, 동생과 함께 전주로 여행을 간다. 2박 3일. 대충 먹고 걷고 그러다 올라오려고 한다. 여정을 정확히 정하지 않고 가는 길이라 산길에 들어서면 그저 길 따라 걷던 작년, 제작년과는 다를 것 같다. 서로 맘 상하지 않고 언성 높이지 않고 협상을 잘 해야지. 우리집은 기본 언성이 매우 높은 편이라^^;; 대략 조심하려고 한다. 주장이 강하면서도 남들 맘에 들고 싶어하는 매우 맞추기 까다로운 심성인 사람들 넷이 모였다고 생각해 보라. 혼란의 도가니다. 결론은 툭하면 ‘너가 하자는 대로 했는데 왜 불만이냐!’로 난다. 서로 맞추려다가 배를 끌고 산으로 가는 형국이랄까!
여튼 기대하고 있다. 집을 나온지 어언 7년 채우고 8년째에 접어들었다. 오오! 세월은 빠르다. 일 년 중 원가족과 제일 오래 붙어 있는 기간이 돌아왔다. 올해는 아버지의 은퇴 계획, 동생의 앞으로의 인생과 어머니의 건강에 대해서 서로들 무슨 얘기를 하는지 들어봐야겠다. 또 내년에 아버지의 칠순과 어머니의 환갑이 한 해에 오니 거기에 대해서도 뭔가 얘기를 시작해야 할 것이다. 남들처럼 칠순+환갑 잔치를 할 것인지, 가능성은 희박하나 아버지가 오랫동안 못 본 친구들, 동생들을 보고 싶다고 하면 가능성이 없다고는 할 수 없다. 공식적으로 혼인한 자식도 없고 하니 잔치는 안 하시겠다고 하면 제주도든 일본이든 여행하는 것이 대안으로 나올 가능성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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