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 가장 행복했던 순간

뜬금없이 우리의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 떠올랐다. 여기서 우리는 내 동생과 나이다. 동생과 나는 작년 여름에 토론연극이라는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우리의 가장 행복한 순간은 같았다. 엄마, 아빠, 동생과 내가 같이 설악산에 등산을 갔던 때였다. 우리 가족은 그때 정말 행복했다. 하지만… 하지만 서른 여섯, 서른 일곱 먹은 자매가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꼽으라는데 나란히 원가족만 등장하는 그림을 그린다는 사실은 참… 거시기하다. 이제사 그 생각이 떠올랐다. 뜬금없이.

엊그제는 내 생일이었다. 애인은 서울에 나올 일이 있었다. 퇴근 후에 애인을 만났다. 신당동 떡볶이집에 갔다. 짠 떡볶이를 먹었다. 다음에는 짜장 떡볶이를 먹자고 했다. 우리 집에 같이 와서 잠깐 티비를 보면서 뒹굴다가 씻고 벗고 이부자리에 들어갔다. 뜨듯한 맨살을 부둥켜 안고서 ‘생일 축하한다고 말해 줘’라고 속삭였다. 애인은 깜박 잊고 있었다고 화들짝 놀라더니 곧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주었다. 우리말로도 불러주고 일본어로도 불러주었다. ‘우리 가족의 가장 행복한 순간’을 그린 그림은 이제 그 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애인이 나를 안고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주던 순간. 나는 그런 생일이 좋다. 조용한 생일. 아무도 모르고 넘어가는 생일. 애인하고만 축하하는 생일. 애인이 나에게 노래 불러주는 생일. 그 어떤 선물보다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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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알간 뽀 4

댓글 4개

행인님의 코멘트

행인
행복하시다니 축하드립니다~ 전 언제쯤 애인이 생기는 걸까요? -_ㅜ

:)님의 코멘트

🙂
늦었지만, 생일 축하드려요:)

L & Kira님의 코멘트

L & Kira
설 잘 보내셨어요?? 늦었지만 새해 복 많이 받으셔요~

뽀님의 코멘트

미나상, 고맙습니다! ㅎㅎ (미나상은 '여러분'이라는 일본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