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에

“만약에 그때 그 사람과 잤더라면 어떻게 됐을까?”
애인이 묻는다. 뭔가 혼잣소리로 대답도 하는 것 같다. 그때 그 사람과 섹스하지 않은 게 다행이라는 둥.
난 생각한다. 그때 그 사람과 섹스했다면, 정말 좋았을 것이고, 그리고 정말 비참해졌을 것이라고. 이미 적지 않은 나이에, 한 살이라도 젊을 때, 다른 사람의 몸에 나의 몸이 닿는 경험은 그것만으로 얼마나 좋았을까? 그리고 커밍아웃하지 않은 사람과 연애하고 섹스했다면 그건 또 얼마나 비참한 일이 됐을까? 사랑이 얼마나 비참해질 수 있는지 아마 그때 다 알게 됐겠지. 당신의 마음은 십 년쯤 아니면 이십 년쯤 폭삭 늙어버렸겠지. 정말 많은 밤을 눈물로 새고, 툭하면 분통이 터져 차라리 죽는 게 낫다고 생각했을지도 몰라.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꼭 잘했다든가 꼭 못했다든가, 다행이라든가 불행이라고 해버리기엔... 삶은 참 다채로운 것이란 생각이 들어. 결벽한 애인, 오늘 밤도 잘 자!
(사랑은 절대 순수하지 않다.) (아, 뭐, 그것도 종류별로 다를 수 있겠지만.) (그 종류를 나누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해, 애인!

일반
빠알간 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