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거 다 했는데 사귀지는 않는

안녕하세요 달리 물어볼 곳이 없어서 답답한 마음에 글 남깁니다.

저한테는 고등학교 3학년 때 친구 이상으로 지내던 여자인 친구가 있습니다. 주변에서 너희 사귀냐고 물어보는 사람이 많았을 정도로 항상 가까이 붙어있고 시간과 공간이 허락하면 서로가 서로를 쓰다듬으면서 정신적으로 힘든 시간을 지났습니다.

그 친구는 자기가 줄곧 남자보단 여자를 좋아하는 사람이었던 것 같다고 고백하면서 더 깊은 스킨십을 하려고 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그 때 저는 저를 레즈비언으로 받아들일 수 없었어서 좋으면서도 받아들이기 어려운 마음이 있었습니다.

그 친구를 가 라고 할게요.

가는 개인적 문제로 본인이 저에게 도움이 안된다고 생각하여 성인이 된 후 잠수를 탔던 적이 있습니다.

그러다가 근래 다시 재회를 하게 되었고, 서로가 서로를 좋아하는 마음이 남아 있었어서 가는 저에게 커플링을 선물했고 시간이 날 때 마다 같이 밤을 보내면서 관계를 가지곤 했습니다.

그런데 가는 갑자기 저와 그런 관계를 맺는 동안 남자친구가 있었다고 고백하면서 그간 있었던 모든 일은 그냥 친구로써 좋은 것을 표현했던 거라며 제가 오해한 거라고 말하네요.

하지만 어떤 친구가 만나서 놀 때 관계를 가지나요… 저는 이제야 제가 레즈비언이라는 사실을 가 덕분에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는데 가는 그런 생각 없이 제 몸만 즐겼다는 사실에 화가 났습니다.

전부가 제 오해라고 말하고 부정하면서도 제가 여전히 좋다며 친구관계를 계속 이어나가고 싶다고 말하는데

저는 배신당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고 그러면서도 가 없는 인생을 상상할 수 없어서 쉽게 끊어내지도 못하는 게 바보같아요.

레즈비언 선배님들은 가라는 친구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로 보이시나요? 제가 여기서 어떻게 해야 서로의 마음에 상처를 최소화하고 건강한 관계가 될 수 있을까요.

적어도 우리 사이에 있던 그런 일들을 부정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자꾸 전부 제 오해라고 그런 의도가 없었다고 하는게 너무 속상합니다.

댓글 3개

고오스님의 코멘트

고오스
안녕하세요 두통님! 정말 좋아하는 사이라고 생각했고 그 친구 때문에 어렵게 정체성까지 받아들였는데,, 이제와서 모든 것이 친구로서의 마음이다 너가 오해한거다라고 하니 너무 배신감도 크고 마음의 상처가 쉽게 아물지 않으실 것 같아요. 사실 두통님 얘기만 듣고 가님이 어떤 마음인지는 알 수 없을것 같애요. 하지만 그냥 추측하기로는 정말 두통님을 좋아하지 않았다거나 몸만 즐긴 것은 아닐거에요 ㅜ 그런 마음이었더라면 두통님도 어느정도 눈치챌수 있으셨을듯 해요. 다만 가님께서 무슨 이유인지는 알수 없으나 스스로 퀴어라는 점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이고 남자친구까지 생겨 혼란을 겪고 계신 것? 스스로를 부정하고 계신 것은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그렇지만 정체화의 과정이라는게 주변에서 다른 사람의 의지나 사랑으로 도울 수 있는 일은 아니더라고요. 두 분의 사랑이 너무 안타깝고 마음이 아프지만 돌이키려하고, 어떤 맘으로 나한테 이러는 것인지, 설득하면 달라진 것 같다고 여지를 두고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저 같은 경우는 너무 괴롭고 그 관계에서 헤어나오기가 어렵더라구요.

고오스님의 코멘트

고오스
어렵게 재회한 사랑인데, 놓기가 쉽지 않으시죠...  하지만 오해라고 딱 잡아떼고 있는 가 님은 무슨 사정이 있건 간에 두통님에게 용기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진 않으신 것 같아요. 가님 나름의 아픔은 분명 있으시겠으나 두통님에게 진실된 모습도 아니고요. 제가 두통님 친구라면 그냥 잘 정리하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친구로 남아 질 질 끌면 절대 두통님은 쉽게 치유는 어려우실 거에요. 정말 친구로서의 관계를 원한다면, 일단은 안만나고 마음이 정리될때까지 몇년을 보내시고 정말 감정이 없어진 다음 다시 친구가 될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요. 쉽게 끊어내지 못한다고 자책하지 마세요ㅠ 누구도 이별이 쉽지만은 않을거에요. 막상 정리하면 가 님도 두통님의 소중함을 깨달을 날이 올수도 있고. 두 분이 인연이 아니라면 그냥 그렇게 정리하실 수 있을거에요. 세상에는 어려움 속에서도 자신의 정체성을 씩씩하게 받아들인 퀴어도 많고, 양다리 걸치지 않는 퀴어도 많고. 사랑을 사랑이라 말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충분히 아끼고 소중히 여기는 진실한? 퀴어들도 많이 있습니다. 지금의 상처에 너무 오래 아파하지 마시구요. 이 시간이 지나면 더 건강하고 좋은 관계들을 찾으시면 충분히 좋은 분들을 만나실수 있을거에요. 두 분의 사정을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마는 멀리서나마 무한한 지지와 응원을 보냅니다!! 힘내세요!!!

두통님의 코멘트

두통
답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담담하고 객관적으로 말씀해주셔서 위로가 많이 되었어요ㅎㅎ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그사람 자체보단 그 사람과 가질 수 있었던 경험이 좋았던 거라는 생각과 정리하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들어 차차 멀리하다 정리했습니다. 좋게 보면 덕분에 제가 레즈비언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고서 더 저답게 살 수 있는 기회가 열린 것 같아서 좋아요. 지금의 저대로 살아간다면 앞으로 어떤 좋은 일이 생길 수 있을지도 기대가 되구요!! 감사합니다. 좋은하루보내세요 ^____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