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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년 05월 18일 13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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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2011 통계,사례,칼럼 연재] (9) 상담사례8: "저는 트랜스젠더인가요, 레즈비언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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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각색한 내담글


    안녕하세요. 저는 올해 21살인데, 1년 전부터 부쩍 고민스러운 일이 생겼어요. 제가 트랜스젠더일까? 동성애자일까? 하는 거예요.

    저는 어렸을 때부터 장난감 총, 로봇 등 남자애들이 갖고 노는 걸 너무 좋아했어요. tv도 로봇 같은 애니메이션을 봤고요. 여자애들과 노는 것은 꺼려지고 매일 남자애들과 놀거나 남자 역할을 하며 혼자서 노는 것을 좋아했죠. 유치원 때 같은 반 여자아이를 좋아하게 되었는데, 걔를 그냥 ‘친구로서 좋아’ 가 아니라 사랑으로 좋아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여자인 제가 싫어질 때도 있었죠.

    초등학생이 되어서는 ‘내가 남들과는 조금 다르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러면서 또 다른 여자아이를 좋아하게 되고, 점점 제가 여자인 것이 너무 싫어졌어요. 여성스러운 건 계속 부인하며 살고 싶었지만 중학교 때 억지로 치마를 입고 여자처럼 3년을 지냈는데요, 점점 변해가는 제 몸도 싫었어요. 학교에서 여자애들이랑 옷 갈아입는데 엄청 불편했고, 제 몸을 볼 때마다 스트레스 받고 구역질나고 가슴커지는 게 싫어서 압박붕대를 해보기도 했죠. 전 생리를 한다는 사실이 지금도 너무 싫어요. 생리할 땐 진짜 자궁을 어떻게 해서든 없애버리고 싶을 정도예요.

    중학교 졸업 후 여고에 들어갔는데 이때는 머리를 짧게 하고 교복바지를 입고 다녔어요. 진짜 지금까지 살면서 가장 행복했던 시간이었어요. 다른 애들은 화장하고 치마입고 최대한 예뻐 보이려고 할 때, 저는 그냥 제가 편하고 몸이 원하는 대로 했는데요, 아마도 남자처럼 보이고 남자처럼 행동하고 남자라는 소리를 듣고 싶었던 것 같아요. 고2때 같은 반 여자애를 좋아했고 그 아이와 연인처럼 관계가 가기도 했는데...그 여자애와 같이 있을 땐 내가 여자라는 사실도 잊은 채 남자처럼 보호해주고 싶었고... 전 그냥 남자였어요. 결혼을 해서 그 여자와 행복하게 살아가는 상상도 했어요.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난 여잔데 이상하게 왜 이러지?’ 라는 생각도 들었죠. 다른 ftm분들은 ‘난 태어날 때부터 남자였어!’ 라고 말씀하시던데 , 저는 어릴 때를 생각해보면 남자기질이 있어도 ‘난 몸이 여자인 걸’ 이러면서 ‘난 여자야, 아니, 여자여야 돼’ 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전 ftm은 아닐지 모른다는 생각도 들어요. 인터넷을 찾아보니 동성애자와 트랜스젠더를 착각하는 사람들이 많다던데, 제가 그 부류는 아닐까 하고요.

    그래서 혼란이에요. 제가 정말 ftm이 맞다면 모든 것을 버리고 새로 태어난다는 기분으로 수술까지 하고 싶어요. 수술해서 남자화장실도 자유롭게 가고...사실 제가 정신적인 성별만 남자여도 남자로 인정해주는 사회로 살고 있다면, 정신적 성별이 남자인 것만 증명 되도 주민등록번호가 1로 바뀔 수만 있다면 성전환수술이 그다지 필요하다고 생각하진 않았을 거예요. 근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성전환수술을 아직 안했다고 하면 "에이 그게 무슨 남자야?" 이런 식으로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병원을 찾아보고 있는데 ‘내가 ftm이 아니면 어쩌지?’ 하는 생각에 혼자서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어요. 또 사실 ftm이라고 하면 여자도 남자도 아닌 어정쩡한 사람이 될 것 같은 두려움도 있어요. 전 제 자신을 '남자'로 느끼는 게 고민인거지 제 자신을 '트랜스젠더'로 느끼는 건 아니거든요.

    요즘 이 생각 때문에 정말 하루 종일 우울해요. 저는 ftm인가요? 아니면 그냥 여자를 좋아하는 여자인건가요?

    p.s. 남성성(남자다움)과 여성성(여자다움)은 성별정체성을 정하는데 관계가 없다고 그러는데요. 그럼 ftm이나 mtf가 어떻게 남자나 여자로 자신을 정체화하나요? 어느 정도는 남자답고 남자처럼 뭘 좋아하는 게 자신을 남자라고 정체화하는데 영향을 미칠 것 같아서요. 완전 여자처럼 드레스 좋아하고 그러는데 자신을 남자라고 정체화하진 않을 것 같아서요. 물론 남자도 인형놀이 좋아할 수 있고 십자수나 뜨개질 좋아할 수 있다는 거 아는데요. ‘남자다’, ‘여자다’ 라는 게 모호한 것 같기도 해서요.

    *ftm 트랜스젠더(female to male 트랜스젠더): 태어날 때 여성의 성별을 부여받았으나, 자신을 남성으로 인식하는 사람.




    상담글


    당신이 스스로에 대해 느끼고 인식하는 바가 가장 중요합니다. 당신은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 수 있고, 설명할 수 있으며, 거기에 마땅하다고 여겨지는 이름을 붙여줄 수도 있습니다. 당신은 어떤 성별을 지닌 사람으로 살아가길 원하며, 그 성별을 어떤 모습으로 표현하고 싶나요? 어떤 이름이 당신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것 같나요? 당신에게 가장 적합하리라 생각되는 몸의 형태는 어떠한가요? 이런 질문에 가장 잘 답할 수 있는 사람은 바로 당신 자신입니다.


    레즈비언과 ftm트랜스젠더 사이
     
    사람마다 자신을 레즈비언으로 정체화 하는 계기나, 트랜스젠더로 정체화 하는 계기는 다양합니다. 저마다의 경험도 다르고 그에 대한 해석도 제각각입니다. 그래서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레즈비언임을 확신할 수 있는 요소이고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트랜스젠더임을 확인할 수 있는 요소인지 경계를 그을 수는 없어요. 겉보기에 비슷한 경험을 지닌 듯한 사람들도 저마다의 감정, 욕망, 경험 등을 다채롭게 해석하면서 다른 이름을 붙여주곤 합니다. 예를 들어, 때어날 때 여성이라는 성별을 부여받은 상태에서 자기 자신을 사내아이들과 동일시하며 성장했고 남자보다는 여자에게 더 끌렸거나 여자에게만 끌려 왔으며 겉모습도 이른바 남자같이 꾸미고 사는 이들 가운데에서도, 정체화의 길은 다음과 같이 갈라집니다.

    1) 자기를 여자라고 인식하면서, 이른바 남성적인 성격과 모습도 인정하고 그러한 자기 성격과 모습에 만족함: 이 사람이 여자를 좋아한다 할 때, 이는 동성을 향한 끌림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또 본인이 그 점을 인지할 때는 스스로를 레즈비언이라 이름붙일 수 있습니다.

    2) 자신을 남자라고 인지함: 즉, 태어날 때 사회로부터 부여받은 성별과 자신이 인지하는 성별이 어긋난다고 판단합니다. 자신이 남자인 만큼, 여자를 좋아한다면 이는 동성을 향한 끌림이라기보다는 이성을 향한 끌림으로 여길 수 있습니다. 그리고 스스로를 (트랜스)남성이면서 이성애자라고 이름붙일 수 있습니다.
     
    3) 자신을 여성과도 남성과도 동일시하지 않음: 모든 사람들이 자신을 여성아니면 남성으로 확신하며 살아가지는 않습니다. 여전히 성별을 탐색중일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굳이 나를 여성아니면 남성 이라는 이분법적 구도에 놓기를 거부하며, 즉 우리 사회가 구성해놓은 성별체계를 거부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부치 중에서도 자신을 여성이라기보다는 그저 부치로 인식하며 사는 사람들, 또는 부치-FTM이라고 스스로 규정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우리는 이 중에 어떤 경우는 옳고, 어떤 경우는 그르다고 할 수 없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자신의 해석과 선택에 따라 자기 성별이나 성적지향을 규정할 수 있습니다. 그러한 상태로 존중받으며 살아갈 권리도 있습니다. 당신도 당신의 성적지향과 성별에 대한 해석, 몸에 대한 느낌 등에 따라 당신만의 동성애자 정체성, 당신만의 트랜스젠더 정체성을 구성할 수 있습니다. 당신이 어떤 사람으로 살기 위해서 당신 자신이나 타인에게 더 특별한 기준이나 증거 따위를 보여주지 않아도 됩니다.
     
    당신은 나름대로 자기 경험에 대해 일정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당신은 어렸을 때부터 남들이 흔히 사내아이 같다고 할 만한 사고방식, 취향, 행동을 가졌다고 했습니다. 당신을 자꾸만 여성으로 인식하게 만드는 ‘여성의 몸’이 너무 싫었고,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당신은 ‘남자’였으며, 그 사람에게도 그렇게 인식되길 원했다고 했습니다. 당신은 몇몇 여자에게 끌렸고, 그들과 미래를 함께하고 싶다고 생각해본 적이 있습니다. 다만 당신이 좋아하는 여성과 함께 있을 때의 감각과는 별개로, 당신의 ‘여자인 몸’이 당신이 ‘여자’라는 사실을 상기시켜주었던 경험 때문에, 내가 남성일 수 있는지, 남성이 되고 싶은 건지, 그리고 이 둘은 다른 것인지에 대해 조금 혼란스러워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당신이 스스로에게 설명해낸 정도로, 당신을 스스로 남성으로 인지하며 남성으로서 사는데 충분하다고 여겨진다면, 우선 남성으로 사는 겁니다. 트랜스젠더에 대한 사회적 인식, 인정 여부는 이후의 문제로 하고, 우선 당신이 원하는 삶과 당신이 만족스러운 방식을 택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필요하다 여겨지는 결정들을 하나씩 해나가면 됩니다.


    성별정체성과 성적지향의 관련성

    다만, 당신이 여성에게 끌리고 여성과 함께 하고 싶다는 이유만으로 당신 자신이 반드시 남성이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며, 반대로 남성에게 끌리고 남성과 함께하고 싶다고 해서 당신이 반드시 여성이어야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남자 같은 여자라고 해서 다 여자를 좋아하는 것도 아니며, 여자 같은 남자라고 해서 다 남자를 좋아하는 것도 아닙니다. 트랜스젠더라고 해서 모두 이성애자인 것만도 아닙니다. 비트랜스이면서 레즈비언이나 게이, 바이, 범성애자 등이 존재하는 것처럼, 트랜스젠더의 경우에도 레즈비언, 게이, 바이, 범성애자 등이 존재합니다. 내가 나를 어떤 사람으로 규정하는가와, 내가 누구에게 끌리는가 사이에 반드시 특정한 공식이 존재하지는 않습니다.


    성별정체성 탐색과 의료적 조치의 선택

    당신은 당신이 원하는 몸, 원하는 성별표현, 법적 성별정정 등을 위해 원하는 정도의 성확정 수술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당신은 나중에 잘못 생각했다고 판단하게 될까봐 엄두를 내지 못한다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당신의 성별이 보다 분명하게 인식되는 때, 또는 수술의 필요성이 보다 명확해질 때, 그리고 다른 비슷한 사람들의 사례를 보고 들으면서 용기를 얻을 때까지 수술 결정은 미루어볼 수 있습니다. 먼저 호르몬 투여 여부만을 고민해볼 수도 있고, 수술을 선택한다면 가슴, 성기성형 여부를 시간을 두고 단계적으로 결정할 수 있습니다.
     
    당신은 모든 의료적 조치를 선택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트랜스젠더라고 반드시 수술을 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며, 그래야만 ‘완전한 남성/여성’이 되는 게 아닙니다. 당신이 스스로를 남성으로 인지하고 남성으로 살아갈 때, 당신의 몸은 의료적 조치를 취함과 관계없이 그 자체로 ‘남성의 몸’입니다. 실제로 아무런 의료적 조치도 취하지 않고 살아가는 트랜스젠더들이 존재하며, 그렇다고 해서 이들의 성별인식이 불분명하거나 불완전하지만은 않습니다. 만약, 당신이 수술을 필요로 하는 가장 큰 이유가 법적 성별정정에 있다면, 다음의 사이트를 탐색해보시기를 권합니다. 2013년 3월에, 성기성형 없이도 ftm트랜스젠더의 법적 성별정정을 허가한 서울서부지방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성적지향·성별정체성법정책연구회
    아울러 다음의 사이트를 참고하셔도 좋습니다.  트랜스로드맵 (트랜스젠더를 위한 정보인권길잡이)
     

    성별정체성과 성역할/성별표현의 관련성

    사람마다 자신의 성별에 대한 인식과 성별 표현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남자가 자기 성별을 표현하는 방식과 여자가 자기 성별을 표현하는 방식은 천차만별 다를 수 있습니다. 여성으로 패싱되지만 남성인 사람이 있고, 남자로 패싱되는 외모로 자기를 꾸미고 다니지만 여성인 사람들이 존재합니다. 실생활 속에서 남성성을 강하게 표현하면서도 자기 성별 인식 자체는 여성이고 끌리는 상대는 양성 모두인 경우, 다른 한편으로는 생물학적 여성으로서 자신을 남성으로 인지하지만 남성성보다는 여성성을 표현하기를 더 편안해하고 이 때 끌리는 상대는 남성인 경우(여성적인 트랜스남성 게이인 경우) 또한 가능합니다. 이런 몸을 가진 사람이 여자고 여자라면 꼭 여자다워야 한다거나 이런 몸을 가진 사람이 바로 남자고 남자라면 반드시 남자다워야 한다는 사회적 규범에서 여러가지 방식으로 벗어난 경험을 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은 이미 너무도 많습니다. 트랜스젠더의 경우에도 트랜스젠더가 아닌 경우에도 말입니다.
     
    어떤 사고방식, 취향, 행동들은 반드시 남자들의 것이고 또 다른 어떤 사고방식, 취향, 행동들은 꼭 여자들의 것이라는 법 같은 건 없습니다. 사람들은 다 사회적으로 훈육되는 존재이며, 그래서 남자는 이렇고(이래야하고) 여자는 저렇다(저래야한다)는 경향성이 역사적으로 만들어지고 이어져왔을지는 몰라도, 그 와중에 남자인데도 안 이렇고 여자인데도 안 저런 사례들은 무수히 존재해 왔습니다. 가령 규범적 여성성 중 대표적인 특징들로 여겨지는 상냥함, 수줍음, 수동적임, 긴머리, 살림꾼 등등만 떠올려 봐도 수많은 반례들 (전혀 그런 특징을 지니지 않은 무수한 여자들, 그리고 굉장히 그런 특징들을 강하게 지닌 무수한 남자들) 이 드러납니다. 규범적 남성성에 대해서도 비슷한 예를 떠올릴 수 있습니다. 이 세상 그 누구도 규범적 여성성과 규범적 남성성 (여자는 이래야 한다/남자는 이래야 한다) 에 완벽하게 부합하는 자기 성별 인식, 성별 표현 등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누구든 어느 지점에선가 성별 규범, 성역할 규범을 이탈해 있기 마련입니다.
     
    당신또한 충분히 남자답거나 충분히 여자다워야만 남성 혹은 여성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십자수나 뜨개질을 좋아해도 당신이 그리는 자아상과 당신이 가장 편안한 자기 모습이 남성이라면, 당신은 남성입니다. 당신이 남성적 외모를 가지고 총싸움이나 축구를 좋아해도 당신을 여성으로 인식하는 것과 부대끼지 않는다면, 당신은 여성일 수 있습니다. 비트랜스젠더들이 자신이 왜 남성인지, 왜 여성인지 설명하거나 입증해야 할 필요가 없는 것처럼, 당신 또한 어떤 행동과 모습을 가졌더라도 그냥 남성이거나 여성일 수 있습니다. 여자는 이렇고 남자는 저렇다는 틀, 레즈비언은 이렇고 이성애자는 이렇다는 틀, 이런 규정에 스스로를 맞추려고 하지 않고 당신에게 그 이름들을 맞춰보시기를 바랍니다. 이는 때때로 외롭고, 때때로 용기가 필요한 일일 수 있지만, 또한 즐겁고 흥분되며 무엇보다 편안한 삶으로 당신을 이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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